전국경제인연합회
[나눔경제뉴스=최유나기자]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 "삼성에서 더 이상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대국민 약속을 했다.
우리나라 최고 그룹의 오너 총수 입에서 나온 일성이라 향후 재계에 미칠 파장이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재벌들은 오너경영의 장점을 강조해왔다. 주요 그룹 대부분은 계열사의 경우,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을 지배하는 최고경영자(CEO)를 오너가 맡고 있어서 사실상 오너경영체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나눔경제뉴스]
▶오너경영 한국경제 발전 기여
오너경영은 기업의 실질적 소유주가 그 기업의 대표 및 업무의 최고 집행자가 되어 회사를 관리하고 운영함을 뜻한다.
오너경영의 장점은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다. 오늘날 글로벌삼성을 있게 만든 핵심사업은 반도체다. 1980년대 이병철 창업 회장이 엄청난 투자비가 들어가 자칫 그룹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반도체투자를 하려하자 모두가 말렸다. 하지만, 이회장의 과감한 결정으로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경영권을 승계받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꽃을 피우면서 오늘날 삼성이 있게 만들었다.
지난 1999년 산업구조조정 당시 LG그룹은 반도체사업(LG반도체)를 빼앗겼다. 이른바 반도체 빅딜로 탄생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다. 당시 구본무회장은 홧병까지 얻었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현대전자가 경영위기에 빠지면서 매물로 나왔다. 골치덩이인 현대전자를 처리하기 위해 당시 정부는 구본무 회장에게 인수를 권했다. 구본무 회장은 고심 끝에 인수를 하고 싶었으나 핵심 참모 한명이"반도체는 돈이 안된다. 엄청난 투자비만 먹는 하마"라면서 워낙 강력하게 반대해 구회장은 인수를 포기했다.
현대전자는 결국 SK 최태원 회장차례로 돌아가면서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SK그룹 효자가 됐다. 오늘날 SK그룹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2위를 넘볼 수 있는 것도 현대전자 인수를 최종결정한 최태원 회장의 오너경영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오너 경영의 성공 사례는 무수하다. 산업화 초기 우리 재계 창업주들은 대부분 전설같은 일들이 많다. 반면 오너경영의 실패로 무너진 그룹들도 적지않다. 대우그룹을 비롯해 거평, 율산, 한보 등등.
사업 환경이 급변하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 시대엔 더욱 오너경영이 필요하다. 세종대 강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업 오너들을 지나치게 윤리의 잣대로 경영 활동을 제도적, 사회적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경영인제도 제한적 효과
전문경영인제도의 장점은 합리적인 의사 결정으로 경영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종이나 산업 등 그분야의 전문가들이 의사결정을 하기에 위험도를 최대한 낮출 수 있다.
단점은 오너의 눈치를 보며 중대한 사안의 의사결정을 쉽게 할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경영인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여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한다. 즉, 장기적인 관점보다는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점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권한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김기찬 카톨릭대 교수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위기 아후 30대그룹중 살아남은 16개그룹의 성공원인을 오너 경영으로 꼽고 있다.
반면, 망한 14곳도 오너경영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즉, 능력이 뛰어난 전문경영인이 있다고 해도 최종결정의 몫은 오너가 하게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는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다가 경영 위기가 오자 다시 오너 일가 경영 체제로 복귀해 성공한 케이스다. 전문경영인체제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로 꼽힌다.
▶한국식경영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오너경영이 전문경영인보다, 전문경영인이 오너경영보다 낫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한다. 서로의 장·단점이 뚜렸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의 적절한 조합속에서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는 '한국식 경영'이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큰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오너 경영 종식선언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재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면서 "오너경영이든 전문경영인체제 등 한국 기업문화에 맞는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