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로] 의대(醫大) 광풍

차석록 승인 2023.03.31 14:13 의견 0
마곡로


[나눔경제뉴스=차석록 편집국장] 고 3때 담임선생님은 영어선생님이셨다. 담임 선생님은 원래는 명문 S대 화학과에 들어가셨다. 50~60년대 화학과는 의대보다도 커트라인이 높고, 취업 0 순위일정도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화학 원서를 읽다보니 영어가 어려웠고, 재미도 있어서 영문과로 전과를 하셨다. 결국 영어선생님이 되셨다.

그런 담임 선생님은 가끔 푸념을 하시곤 했다. "그때, 지방대 의대라도 갔었으면 이 고생은 안할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70년대는 지금처럼 의대 열풍은 없었던거 같다. 문과는 법대나 상경대, 이과는 전자공학과나 기계공학과 등 취업이 잘되는 과가 인기가 좋았다.

해외 바이어를 만나야 하는데,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적다보니 영문과의 인기도 이에 못지 않았다.

어느 조사결과를 보니, 의대를 목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1년 기준으로 대기업 고위임원의 연봉이 1위로 가장 많았지만, 뒤를 이어 2위부터 9위까지는 모두 의사였다. 물론 억대 연봉이다. 의사의 가장 큰 장점이 있다. 짤릴 일이 없고, 정년이 없다. 안정적이다.

이러니,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의대를 목표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부모님들의 목표다.

요즘 1% 미만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의대를 타깃으로 한다. 며칠전 TV를 보니, 초등학생 학원에 재수생 학원처럼 '의대반'이 편성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졸업하기전까지 중학교 3학년 전과정을 선행한단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 엊그제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문의들이 소청과 간판을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장기적인 저출산 흐름과 낮은 수가(진료비), 코로나19로 인한 진료량 급감이 맞물리면서 붕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동네 소청과 의원은 직원 두 명의 월급을 못 줘서 한 명을 내보내다가 한 명 남은 직원의 월급마저도 못 줘서 결국 지난 5년 간 662개가 폐업했다"고 현실을 말했다.

합계출산율 0.78명, 여성 1명이 평생 나을 아이의 수가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다둥이 기준도 3명에서 2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소아과 의사의 미래가 없어 보인다.

어느 의사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런 글을 올렸다. "내가 전문의가 되기 위해 20살부터 내 인생 15년을 투자했는데, AI(인공지능)는 이미 나를 앞서 있고, 앞으로도 뻔히 보인다"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로봇으로 수술하는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웃픈 이야기가 있다. 수술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고, 의료 로봇을 만드는 회사의 영업사원이라고 한다. 영업사원이 의료로봇의 사용법을 의사들에게 가르치기 때문이다.

취업전문가인 A대표는 "10년뒤 의사 연봉이 1억원 넘어가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많은 영역에서 AI가 대체하기 때문이다.

항상 광풍의 뒤는 좋지 않다. 주식이 그렇고, 부동산, 가상화폐 등 투자의 세계가 보여주고 있다. 또, 일부를 제외하고는 변호사,회계사들도 예전의 부를 얻기 힘든 직업이 됐다.

0% 대 인재들의 의대 쏠림은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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