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고사성어](4) 조삼모사(朝三暮四)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은 상황

배태훈 승인 2022.04.07 07:01 의견 0
[아빠가 읽어주는 고사성어]

[나눔경제뉴스=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송나라 때 원숭이를 기르는 저공이라는 늙은이가 있었어. 그는 밤낮 원숭이들과 같이 살았기 때문에 원숭웅이들의 습성을 손금 보듯이잘 알았다고 하는데 원숭이들 역시 그의 말은 다 알아들을 정도였어.

저공은 원숭이들이 밤을 잘 먹는다는 것을 알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밤을 먹였는데, 살림이 부유하지 못한 저공으로서는 자못 힘에 겨운 일이었어. 그리하여 저공은 밤의 수량을 줄이기로 작정하고 꾀를 생각해 내게 됐어.

“얘들아, 밥 먹을 시간이다!”

저공이 도토리 열매가 가득 들어 있는 자루를 들고 나타나자 원숭이들이 그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어요. 저공은 많은 원숭이를 일일이 안아 주며 먹이를 나눠 주었어요.

“더 주세요. 더 주세요.”

어린 원숭이가 폴짝폴짝 뛰며 먹이 자루를 가리켰어요.

“배가 많이 고팠구나. 자, 여기 있다. 많이 먹고 오늘은 더 멋진 재주를 보여 다오.”

“걱정하지 마세요. 재미나게 보여 드릴 테니까.”

옆에 있던 까불이 원숭이가 뒤로 재주를 넘으며 안심하라는 듯 가볍게 말했어요. 하지만 저공은 걱정이 가득했어요. 사실 이제는 살림살이가 어려워져 먹이를 살 돈이 없었거든요.

‘어휴, 가뭄이 심해 도토리 열매를 찾기도 힘들고, 벌이도 시원치 않으니······.’

저공은 돌아서서 긴 한숨을 내뱉었어요.

그날도 저공은 원숭이를 데리고 시장으로 갔어요. 사람들 앞에서 신이 난 원숭이들은 갖가지 재주를 부렸어요. 사람들은 신기한 구경거리에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구경했어요. 하지만 흉년이 들어 모두 어려운 처지라 돈을 내는 사람은 몇 안 되었어요.

‘이러다가 식구들도 굶게 생겼군. 안 되겠어, 뭔가 방법을 마련해야지.’

돈 항아리의 돈을 세어 보던 저공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어요.

며칠 후, 저공은 반도 채 남지 않은 먹이 자루를 들고 원숭이 우리로 갔어요. 오늘도 원숭이들은 저공의 품에 폭 안기거나 재주를 보여 주며 애교를 부렸어요. 저공은 그동안의 시름은 잠깐 잊고 원숭이들과 즐겁게 놀았어요. 그때, 한 원숭이가 먹이 자루를 가리키며 배고프다고 조르기 시작했어요.

“도토리 주세요. 배고파요.”

“그래, 배고프지? 그런데 요즘 먹이 구하기가 어렵단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부터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마. 그러니까 지금은 세 개씩만 먹자.”

저공의 말에 원숭이들은 펄쩍펄쩍 뛰며 난리를 피웠어요.

“말도 안 돼요. 이렇게 배가 고픈데 세 개만 먹으라니요?”

우리 안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어요. 저공은 잠시 생각에 잠긴 척하더니,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숨을 들이마셨어요.

“그래, 좋아!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마. 어떠냐?”

저공의 말에 원숭이들은 그제야 소란을 멈췄어요.

“그래, 그 정도는 돼야 먹고 힘을 쓰지.”

“후유, 배불리 먹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원숭이들은 신이 나서 빙글빙글 돌며 손뼉까지 쳤어요. 저공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어요.

이때부터 사람들은 잔꾀를 부려 남을 속이거나 당장의 차이에만 신경 쓰는 어리석은 상황을 ‘조삼모사’라고 말하기 시작했답니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여기는 행복한 가정입니다'(드림북, 2021),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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