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분, 아이와 마음나누기](1)자녀와 얼마나 대화하세요?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

배태훈 승인 2021.09.02 09:26 의견 0
[하루 30분, 아이와 마음나누기]


[편집자주]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이 1년여에 걸쳐 연재해주신 배태훈의 행복이야기가 80회로 종료하고 9월2일부터 새로운 연재 칼럼 '하루 30분, 아이와 마음나누기'를 기고합니다.

[나눔경제뉴스=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여러분의 자녀들은 고민이 생기면 누구에게 이야기 하나요? 강의를 다니면서 부모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데, 이 질문이 그중에 하나입니다.

부모들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대부분 엄마와 친구라고 말합니다. 아빠라고 대답하는 부모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 들립니다. 그럴 때마다 아빠 입장에서는 참 서글픕니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약 50%가 친구에게 고민을 상담한다고 합니다. 엄마와 이야기한다는 청소년은 약 30%이며, 아빠와 상담한다고 한 아이는 불과 1%가 안 됩니다.

엄마라고 대답하는 부모는 대부분 자녀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미취학생입니다. 친구라고 말한 부모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입니다. 이렇게 자녀의 연령에 따라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대상이 달라집니다. 자녀들은 왜 성장하면서 자신의 고민을 부모가 아닌 친구들에게 털어놓는 것일까요?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평소에 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대화가 점점 줄어들면서 자신의 마음을 쉽게 부모에게 내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가 없는 것일까요? 어떤 아이들은 부모와 이야기를 하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해봤자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부모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대화의 시간도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횟수가 늘어나다 보면 자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편하다고 결론을 내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가족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조차 통상적인 이야기를 오갈 뿐, 속 깊은 얘기는 들어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수년 전부터 여러 기관에서 가족과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부족하다는 수치가 나옵니다. 해가 거듭할 때마다 부모와 자녀가 대화하는 수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2018년 4월 26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부모와 매일 저녁식사를 하는 비중이 27%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 37.5%와 비교하면 약 10.5%가 줄어들었습니다. 부모와 마주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대화도 점점 줄고 있습니다.

2018년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에서 10대~50대 이상의 남녀 회원을 대상으로 ‘가족 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가족과 얼마나 대화하세요?’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36.4%가 하루 20분 미만이라고 답했고, 아예 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1.4%가 나왔습니다. 20-30분 정도 대화하는 비율은 14%였습니다. 약 52%가 가족들과 하루에 30분 정도 대화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중 40%가 부모와 대화 시간이 부족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자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부모와의 대화 시간은 하루 2시간 정도이지만, 실제로는 30분 미만이 30%였고,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6%나 됐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가 학교 가기 전에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도 이것저것 배워야 할 것이 많아져 바빠지고, 이제 제법 자랐으니 부모 손이 덜 가도 된다고 생각해 함께하는 시간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줄이기도 합니다.

가장 왕성히 일할 시기인 30~40대 부모가 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아예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도록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가정에서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부모나 아이 모두 대화를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2016년 6월 실시한 여성가족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부모는 ‘말을 잘 들어주고 대화를 많이 하는 부모’(23.6%),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모’(16.1%)라고 합니다.

부모들도 ‘좋은 부모’의 덕목으로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대화를 많이 하는 부모’(46.4%)를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아이와 부모 모두 대화를 첫 번째 덕목으로 꼽은 것입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닙니다. 엄청나게 좋은 장난감이나 다채로운 체험활동도 아닙니다. 그저 ‘함께하면서, 사랑을 받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통계에서 볼 수 있듯,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어색한 기형적인 모습이 일반화되어 버렸습니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잔업과 야근, 교통체증, 회식 등에 시달려 저녁 늦게야 집에 들어옵니다.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하고 아이가 잠든 뒤 퇴근하여, 며칠 동안 아빠와 아이가 서로 얼굴을 못 보는 가정도 드물지 않습니다. 한집에 사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부모가 맞벌이하는 경우, 아이 혼자 아침을 해결하고 등교하는 가정도 많습니다. 저녁에도 학원이나 집 근처 편의점에서 초스피드로 식사를 해치웁니다.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분주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는 건 사치라고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저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학교생활을 하면 그걸로 됐지’라며 ‘바쁜 삶’을 합리화합니다.

거기에 아이가 공부까지 잘해 준다면, ‘이만하면 잘 키우고 있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것이면 충분할까요? 정말, 공부를 잘하는 것과 아이가 잘 크는 것 사이에 등호가 성립될 수 있을까요?

가끔 보는 사람들보다 자주 만나는 사람과 더 할 말이 많습니다.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끝도 없이 수다를 떨고 나서 조금 있다가 전화로 다시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또는 전화로 실컷 떠들고서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반대로 처음 만난 사이엔 나눌 이야깃거리가 없습니다. 고작해야 날씨 이야기 정도 쑥스럽게 꺼내 보지만 이내 다시 어색한 정적이 흐릅니다. 1초가 마치 10분 같습니다. 그러나 만남을 자주 가지다 보면 이야깃거리는 점차 늘어나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서로가 속마음을 내보이게 되며 어느새 고민까지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서로의 생각과 성향들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깊어지는 건 신뢰감입니다.

부모 자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아이의 고민을 들을 수는 없습니다. 종종 이런 말을 하는 부모들을 만납니다.

‘그래도 부모인데, 힘든 일이 있으면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지 않을까?’ 하는 것은 그야말로 큰 착각입니다. 아무리 부모라 하더라도 아이와 관계 형성이 바로 되어 있지 않으면, 평소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각자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가족이지만, 단절된 가족입니다. 외형상으로는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적으로 보면 남남입니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말의 의미를 아나요? 여기에는 관계 형성에 매우 중요한 의미와 상징성을 가집니다. 관계가 좋은 사람은 함께 자주 밥을 먹습니다. 함께 밥을 먹는 횟수가 관계지수를 나타낸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관계를 형성할 때, ‘밥이나 한 번 먹죠?’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맺어 갑니다. 그만큼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가정은 어떤가요? 비상교육이 2016년 5월 11에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가정 절반이 가족 식사가 일주일에 많아야 네 번 정도이고, 10%는 한 끼도 같이 먹기 힘들다고 합니다. 관계를 형성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가정이 허다하다는 뜻입니다.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합니다.

식구란 입을 크게 벌려 함께 먹는다는 의미입니다. 매일 함께 밥을 먹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일부러라도 만들어,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과 감정들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칭찬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 그리고 초등학생까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내려놓는 선택을 합니다. 이제 겨우 삶의 출발점에 선 아이들이 경주를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한다는 건 참으로 절망적입니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억압과 충격과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일이 벌어지고 난 후에야 부모들은 “아이가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지 몰랐어요. 평소 별다른 징후가 없었어요.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지 몰랐어요.”라고 말하며 가슴을 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광고 카피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수많은 대화와 만남을 통해 관계가 튼튼하게 맺어진 뒤라면 모를까, 전혀 교류가 없는 상태에서는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아무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내 아이는 내가 잘 알아요.”

과연 그럴까요? 아이가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부모라 해도 자신이 나름대로 정한 틀 안에서 어쩌면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아이를 알 뿐입니다.

여기서 부모가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단순히 얘기를 많이 하는 것과 ‘소통’을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질문하고 답을 듣기만 하고, 부모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소통이 아닙니다.

반대로 아이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일방적인 설교나 혼을 낸다면 그것 또한 소통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고 가는 것이 있어야 소통이며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관계가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통행’만으로는 소통을 이룰 수 없습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김반야는 2016년 박사학위논문 “관계적 인간의 형성: 부모 자녀 의사소통이 자녀의 대인관계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는 ‘주고받음’, 즉 쌍방향의 대화가 중요하며, 쌍방향의 대화가 잘 된 청소년이 대인관계 능력이 좋다고 보고합니다.

그는 또 긍정적인 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1만큼 영향을 주고, 부정적인 대화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1만큼 영향을 준다고 밝힙니다.

지금 나의 가정은 어떤가요? 일방통행의 대화를 하면서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길 바랍니다.

“자녀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자녀와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하고 있나요?” “자녀와 말이 잘 통하나요?”

배태훈 다함께연구소장(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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