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통계, 교통사고 처럼 즉각 공개 해야 자살예방 효과”

생명존중정책토론회, “대책 마련과 동떨어진 자살통계 바꿔야”
자살통계 공표 "통계청이 아닌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해야"

최유나 승인 2021.05.21 16:30 의견 0
생명존중시민회의는 5월 21일 서울 시그니처빌딩 9층 회의실에서 '자살통계 이대로는 안된다'는 주제로 생명존중정책토론회를 열었다.(왼쪽부터) 생명의 전화 하상훈 원장, 서일환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 이에스더 중앙일보 기자, 박인주 생명존중시민회의 공동대표, 백종우 경희대 교수,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 [사진=생명존중시민회의 제공]

[나눔경제뉴스=최유나기자] "자살통계는 비밀문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자살 통계를 교통사고 처럼 즉시 공개 해야 자살예방 효과가 있다며 대책 마련과 동떨어진 자살통계 공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21일 서울 시그니처빌딩 9층 회의실에서 '자살통계 이대로는 안된다'는 주제로 생명존중정책토론회를 열고 자살통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백종우 경희대 교수(전 중앙자살예방센터장)는 ‘자살통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이나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자살통계를 지자체와 자살예방기관이 직접 분석해서 활용하고 있다'며 자살통계 개선을 강조했다.

백교수는 "통계청만이 아니라 실제 자살예방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와 기관에서 분석이 시행되어야 실제적 정책 활용이 가능하다"면서 "이를 위해 지자체와 자살예방기관의 전문성 확보와 전문인력배치 등 분석 인프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교수는 “자살을 실질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통계를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고 공개해야 한다"면서 "특히 나이, 성별, 직업, 원인, 의료-복지서비스 등과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이밖에도 “대만의 자살 시도자 등록체계를 참고하여 사회보장정보원, 건강보험자료 등 빅데이터의 통합을 통한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과 일본의 자살통계 비교[그래픽=생명존중시민회의]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대표는 “자살통계는 비밀문서가 아니다"면서 "특정 부처나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의 자산이다"고 지적했다.

임 상임대표는 "누구나 구글 검색으로 일본의 2020년은 물론 2021년 자살통계를 상세분석한 지역별, 성별, 연령별, 원인별 자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통계는 2019년 것에 만족해야 하고, 2020년 통계는 오는 9월, 원인분석은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상임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된 자살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서 "일본과의 현저한 격차는 낯이 뜨거울 정도”라고 현재의 자살통계 공표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임 상임대표는 개선방안으로 ▲자살통계 공표 정부부처를 통계청에서 경찰청과 보건복지부로 바꿀 것▲잠정치 개념 명확화하고 다음달 15일 이내 공표로 신속성을 강화할 것 ▲비공개 원칙을 공개 원칙으로 전환할 것 등을 제시했다.

특히 임상임대표는 "현재 세부정보를 배제하고 극소수 관계자들에게만 이루어지는 제한적인 정보조차도 그 활용마저 위축시키는 ‘통계법 위반 경고’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면서 시민과 지역사회, 언론이 모든 자살통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압력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한국 생명의 전화 하상훈 원장은 “자살은 거주지 집중성, 장소 집중성 및 시기 집중성의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자살과의 전투에서 이기려면 자살의 원인, 수단, 장소 같은 다양한 자살통계 동향을 관계자들이 신속히 파악하고 자살의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원장은 "자살통계가 신속하게 발표되면 지역사회 자살예방기관들의 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고, 중요한 사회안전망을 갖출 수 있게 된다"면서 "보건복지부가 통계청과 경찰청과 협력하여 경찰청 자살통계를 직접 받아 분석하고, 해석, 가공하여 매월 1회 발표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은 "교통사고는 일일사고 통계가 집계·발표해 국민들에게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면서 "신속하고 세분화된 자살통계 구축을 위해 정부, 지자체, 경찰, 소방의 적극적인 협력체계 구축과 전향적인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신속한 변화를 촉구했다.

중앙일보 이에스더 기자는 “3년 전만 해도 자살통계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확정 통계로 접할 수 있었다"면서 "유명인의 자살, 경기 악화 등 특정 사건이 촉발하는 자살 사건은 특정 시기, 특정 지역, 특정 직업군이나 성별에 몰리는 경향이 있고, 이에 신속한 대응을 하려면 통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자살자 수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난해와 올해 자살자가 급격하게 늘지 않은 것은 이런 노력 덕분"이라면서 "앞으로 계속 감소세를 이어가려면 단순 통계뿐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정보 제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일환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정부는 시의성 있는 자살예방정책 수립을 위해 1년에 1회 발표하는 자살사망자 공식통계 이외에 추가로 매월 잠정치 통계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잠정치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보정작업의 주기를 단축하는 등의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과장은 "앞으로 통계 생산항목, 관리 방식 등에 있어 개선할 사항이 있는지 전면적으로 검토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통계청, 경찰청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자살대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는 쪽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과장은 "보건복지부가 직접 경찰청의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제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박인주 생명존중시민회의 공동대표는 “통계는 정책적 판단과 대책 마련의 근거를 제공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며, 자살 대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면서 "자살통계 공표의 주체를 바꾸고, 신속성과 정확성, 투명성, 접근성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기초를 다지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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