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텅빈 공항..롯데·신라 인천공항 면세사업 포기

국내 면세점 매출 사실상 0
면세 매장 도미노 휴점
2분기는 더 악화될 수도

전채리 승인 2020.04.09 12:47 의견 0
한산한 모습의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사진=뉴스핌 제공]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국내 면세업계 1,2위를 지키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도 코로나 쇼크를 비켜가지 못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10년짜리 면세사업권을 포기했다. 대기업 면세점이 면세사업권을 따낸 후 사업권을 포기한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 사실상 '0' 

한때 하루 수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던 면세 매장은 이제 하루 100만원도 벌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공항 면세점 매출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공항 이용객이 줄면서 중·소 면세점뿐만 아니라 대기업 면세점까지 휘청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면세점협회는 2월 국내 면세점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7% 떨어진 1조7416원으로 집계했다.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90%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 사업권을 포기한 이유 또한 코로나19 여파로 공항 면세점 매출이 9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다 인천공항이 제시하는 임대료 인상 기준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임대료는 첫 해 낙찰 금액으로 고정되고 2년차부터 여객 증감률을 기준으로 늘어난다.

면세점들은 올 상반기 실적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고 롯데와 신라는 인천공항 측에 계약 내용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사업권 입찰 당시 인천공항이 제시한 계약 첫해 최소보장금은 DF4구역 638억원, DF3구역 697억원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와 신라가 내년 9월부터 1년간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 또한 6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인천공항 면세점은 기존에 유찰됐던 DF2(향수·화장품), DF6(패션기타)에다 롯데와 신라까지 계약을 포기하면서 총 4개 구역 사업자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면세 매장..도미노 휴점

항공정보 포털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4월 하루 평균 인천공항 출국객 수는 1000명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평균 출국객 수는 10만명이었다.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들은 줄줄이 휴점에 돌입하고 있다.

먼저 인천공항 1터미널 탑승동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은 19개 매장 중 5개 매장 문을 닫았다. 나머지 14개 매장과 2터미널 매장의 심야 영업도 중단하기로 한 상황이다. 

2터미널에 입점한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도 24시간 운영하던 일부 매장을 오후 9시30분에 닫기로 했다. 심야시간대 항공편이 축소된 탓이다. 

SM면세점은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두 곳 중 한 곳만 운영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에 있는 면세 매장은 모두 임시 휴업한 상태다. 

▶2분기에도 '먹구름'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업계는 연매출 20조원을 돌파하며 그야말로 호황을 누렸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2019년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액은 2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1~6월)에는 11조6568억원에 달하는 매출고를 올리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해 상황은 완전히 뒤바꼈다. 면세업계는 올해 1분기 동안 빅3(롯데·신라·신세계) 면세점이 모두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해 사드 사태 이후 첫 분기 적자가 예상되고 있고 신세계면세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25%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기록을 경신해온 호텔신라도 올해 적자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NH투자증권은 올 1분기 호텔신라 면세부문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한 7264억원, 영업손실을 218억원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분기에는 중국 입국금지에 따른 항공편 중단과 한국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방침 등으로 중국 보따리상의 활동에 제한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이공'으로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은 면세점 업계의 큰 손이다. 

한편 지난달 26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인천공항공사는 이달 6일 인천국제공항 일일 여객수가 사상 처음 5000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1단계 비상 공항운영에 들어갔다. 1단계 비상운영의 주요 내용은 공항 내 기본 시설 기능을 축소하고 사용료 감면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사상 최대인 1810억원 규모의 전방위적 지원대책을 선제적으로 이행해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상호 공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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