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는 일본의 저명한 만화가인 마쓰모토 레이지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린 타로 감독에 의해 1979년 8월에 개봉된 이 작품은 일본작가 미야자와 겐지가 쓴 동화 '은하철도의 밤'에서 그 영감을 얻었다. 은하철도 999는 1977~1979년 까지 '소년 킹'에 연재되어 큰 호응을 얻은 후 1978~1981년에는 일본 후지 TV애니로 방영되기도 했다.
[정기종 전 카타르 대사]일본의 자연환경은 신록의 여름 하늘의 뭉게구름이나 봄 사쿠라 축제와 같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아울러 화산과 지진 그리고 태풍과 같은 대형 자연재해도 자주 발생한다. 산사태로 깊은 계곡이 발달하고 경작할 논밭이 부족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전문가와 장인을 키우고 뛰어난 인력자원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 들은 조언 중 하나는 일본에서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검소한 복장에 평범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능력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겠지만 특히 일본에서는 자만하거나 으스대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일본 소학교 교과서에는 유명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에 영감을 준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가 쓴 단편소설 '주문이 많은 음식점'이 나온다. 다음과 같은 줄거리다.
수도 도쿄에 사는 두 명의 신사가 거만하게 차려입고 시골에 사냥을 갔다. 짐승을 쫓아 산에서 헤매다가 길을 잃고 밤늦게 겨우 불빛을 보고 ‘주문이 많은 식당’ 간판을 발견한다.
신사들은 식당이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손님이 몰려 주문이 많다고 짐작한다. 마음을 놓고 들어간 식당에는 몇 개의 문이 있고 문마다 주문표가 붙어 있다. 들어갈 때마다 겉옷을 벗고, 총을 내려놓고, 몸을 깨끗이 씻으라는 주문이다.
마지막 문 앞에서 온몸에 기름칠하고 밀가루를 묻히라는 안내문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 식당이 괴물들이 있는 곳이고 음식 재료는 바로 자신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시골을 얕잡아보고 으스대던 두 신사의 급격한 공포감을 글을 읽는 학생들도 같이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이야기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오래 기억에 남게 되어 조심성 있는 생활 태도와 관념을 형성할 것이다.
일본은 일종의 반전을 볼 수 있는 나라였다. 말 없던 사무라이가 빠르게 칼을 뽑아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나 스모선수가 돌연 뛰쳐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 같이 얌전한 모습의 주인공이 갑자기 장난꾸러기 표정으로 바뀌는 그런 장면이다.
일본은 19세기 제국주의의 마지막 열차를 타고 출발해 주변 국가들을 제압했지만 깊은 원한을 남겼다.
칼로 일어난 자는 칼로 망한다는 말 대로 부정의 유산을 남긴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 후 제정한 평화헌법과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외교정책 속에는 이 같은 과거를 불식하고 새롭고 아름다운 일본을 창조하자는 비전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