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경제뉴스=차민수 기자]우리는 본능적으로 각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표현한다. 과거부터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이 행위는 물이 그릇 모양에 따라 변형되듯이, 시대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었으나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비롯된 아름다움’ 전시는 전통적인 방식이나 소재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작가 임수식, 오채현, 박지은, 권인경 작가들이 과거부터 이어져 온 아름다움의 흐름을 각자만의 스타일로 어떻게 연장해 나갔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의 아름다움을 잘 계승하면서도 각 작가들만의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된 작품들을 이번 가을 갤러리 진선에서 감상할 수 있다.전시기간은 오는 18일부터 ~ 11월 10일까지다.
사진 작가 임수식은 조선 회화의 전통적인 형식인 '책가도'에서 영감을 받아 사진 포트레이트 작업을 진행한다. 2007년부터 진행된 임수식의 책가도는 15년 동안 진행된 작가의 대표적인 시리즈이다.
책가도는 조선시대 회화의 양식으로, 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각종 소품 등을 함께 묘사되어 있다. 이 양식은 18세기 후반에 궁중회화로 유행했으며, 19세기 이후에는 민화로도 확산되었다.
책가도의 대표적인 특징과 표현 형식은 역원근법과 다시점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이러한 전통적 구도를 재현하기 위해 책장의 부분부분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의 책가도의 독특한 점은 한지에 프린트된 조각들을 마치 조각보처럼 손바느질로 엮어 만든다는 것이다. 각각의 천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진 조각보처럼 책들이 모여 책장을 이룬다는 내용을 시각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책장에 담겨진 개인의 삶이 오롯이 드러나면 책장이 곧 주인의 내면의 얼굴이 된다. 주인의 손 때 묻은 책장과 투박하지만 정성스러운 임수식의 손바느질을 통해 임수식의 책가도에는 시간이 깃든다.
박지은은 옻칠과 다양한 천연재료를 활용하여 독보적이고 서정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박지은의 옻칠회화는 기존 옻칠 작업들과 차별성을 보인다.
과도한 장식성보다는 투박하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며 따듯함이 느껴진다. 옻의 내구성과 보전력은 천연 칠기 유물의 오랜 보존으로 입증되고 있다.
한국의 칠문화는 가야문화 시대 이전부터 시작되었으며 고대부터 신라, 고려,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동양화 전공 시절 옻칠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옻칠에 대한 연구가 거듭됨에 따라 점점 옻칠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이를 주재료로 사용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작업 방식은 칠과 건조를 거듭하는 노고와 인내가 필요하지만, 작가는 그런 모든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감내하며 작업한다.
옻칠과 더불어 작품에는 흙, 계란껍질, 자개, 금박 등 다양한 천연재료가 옻칠과 함께 조화롭게 사용된다. 비로소 박지은의 사색은 옻칠의 표현 기법과 회화의 조형미를 결합하여 화면으로 완성된다.
권인경은 동양화 전공으로, 동양화와 고서를 활용한 콜라주 작업을 통해 도시, 공간, 장소를 주로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30년 동안 한 아파트에 살아가며 아파트의 변화와 쇠퇴를 아주 가까이서 관찰하며 살았다. 각 공간은 어떤 사람들의 삶과 상호작용하는지에 따라 성격이 형성된다.
작가는 특히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홀로 방 안에 고독한 경험을 쌓는 동생을 보면서 더욱 공간의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학교에 나가기 어려움이 있었던 동생은 서당에 다니게 되었다. 때문에 권인경도 고서나 옛날 책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작가는 인간의 기록물이며 인간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는 고서에 흥미를 느꼈고 무생물인 도시 공간에 접목하여 작업하기 시작했다.
계속 덧입히는 콜라주 방식을 통해 시간성과 중첩된 경험을 나타내고자 했다. 다양한 방의 개념에 대한 탐구를 통해 사람들의 삶과 상상 속의 공간을 담아내고자 했다.
권인경 작가는 각 대상이 가지는 삶과 일생에 집중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상상의 공간을 발견하거나 현재의 삶에 대한 영감 등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지점을 제시한다.
화강석 조각가 오채현은 단단하고 변치 않는 물성을 가진 화강석을 빠져 40년간 돌조각에 몰두하고 있다. 경주에서 자란 경험이 조각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한국적인 강인함과 정서를 표현하는데 화강석이 최적의 소재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부처님의 모습을 돌로 표현하며 한국 문화와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해피 타이거'라는 작품을 통해 호랑이를 통해 우리 민족의 상징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그의 호랑이 조각들은 모두 미소를 띄고 있는데 마치 부처님 같은 미소를 통해 따뜻하고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오채현은 본인의 작업을 자연이 만들어 놓은 형상에서 최소한의 기교를 가하면서 돌 속에 계신 어떤 형상을 끄집어 내는 것이라 표현한다.
강도높은 화강석 작업은 절대적인 시간 싸움이며 노동력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돌작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모든 자연의 산물 중에서 인공이 들어간 흔적 중에서도 그래도 제일 오래 남는 것이 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기기는 힘들어도 한번 새기면 영원하다 그런 생각으로 작업을 한다고 한다. 오채현은 돌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40년간 그의 예술적 삶을 쌓아가고 있으며, 계속해서 조각을 통해 미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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