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0.25%P 인상···내년 성장률 1.7%로 하향

6연속 기준금리 인상…속도는 베이비스텝으로 줄여

정영선 승인 2022.11.24 14:42 의견 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월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나눔경제뉴스=정영선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다만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 안정된 원·달러 환율, 자금·신용경색 위험,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보폭은 지난달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서 이달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좁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기준금리는 현재 연 3.00%에서 연 3.25%로 올랐다.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4월부터 5월, 7월, 8월, 11월에 걸쳐 모두 여섯 차례 연속으로 올려왔다.

이 같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 기조에는 높은 물가상승률,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인상한 데 대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빅 스텝을 밟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 부문의 리스크(위험)가 완화되고 단기 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0.25%포인트 인상 폭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 시작을 알렸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금통위가 인상 행진을 멈추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아직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7월(6.3%) 정점 이후 8월(5.7%), 9월(5.6%) 떨어지다가 석 달 만에 다시 높아졌다.

소비자가 예상하는 미래 물가 상승률인 11월 기대인플레이션도 4.2%로 집계되며, 7월 이후 다섯 달 연속으로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금리 인상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례적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3.00%)과 미국(3.75∼4.00%)의 기준금리 차이도 인상의 주요 배경이 됐다.

이날 금통위의 0.25% 포인트 인상으로 미국과의 격차는 일단 0.75%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다음 달 연준이 최소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격차는 1.25%포인트로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자본유출로 인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6번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한은은 10월에 이어 연속 빅스텝을 밟지는 않았다.

최근 1300원대 초중반에서 비교적 안정된 원·달러 환율, 아직 불안한 자금·신용 경색 상황,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경기 침체를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지난 8월 전망에서 제시한 2.1%에서 0.4%포인트 내린 수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온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2월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공개된 Fed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다수 참석자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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