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분, 아이와 마음나누기](2)왜 자녀와 마음을 나누지 못할까요?

배태훈 승인 2021.09.09 07:00 의견 0
[하루 30분, 아이와 마음나누기]


[나눔경제뉴스=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토마스 고든의 책 '부모 역할 훈련'(양철북, 2002)을 보면 아이와 마음을 나누기는 데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토머스 고든에 의하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단절되고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부모가 자녀와 대화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기술과 실질적인 훈련이 부족해 자녀의 감정과 생각을 충분히 존중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대화를 하기 때문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대화를 해야 아이와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요?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저는 과감히 직장에 사표를 냈습니다. 방과 후에 아이를 학원으로 돌리기 싫어서였습니다. 학원이 학업 향상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과 부모 중 한 사람이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지금 당장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아내와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방과 후에는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은 우리의 의도와는 다른 곳에서 좋은 현상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난 이른 오후 시간부터 아이와 함께했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었습니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이전보다 더 깊이 알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아이와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해서, 아이와 늘 함께 있다고 해서 ‘아이와 잘 소통하고 있다’라고 여겨도 되는 것일까요? 한 공간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도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시간의 ‘양’보다 ‘질’입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어떻게 아이와 소통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자녀와의 관계도 인간관계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인간관계는 서로 다른 사람, 즉 타인을 전제로 합니다. 자녀도 타인입니다. 어린아이지만 하나의 다른 인격체이지, 내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사이라고 하더라도 관계 형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며, 끊임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통이 제대로 이루 지려면 상대방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안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말이며, 반대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 알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관계를 맺었다면 서로 알아가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의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자녀들도 부모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한쪽만 아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고 비로소 온전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수다쟁이입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새로 알게 된 것, 기분이 좋았던 일, 안 좋았던 일, 친구들과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것을 결정해야 되는지 등등 하루에 일어난 시시콜콜한 일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부모와 친밀해지려고 본능적으로 노력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여행을 갔던 때입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빠 덕분에 우리 가족은 여행을 하면서 가능하면 많은 휴게소에서 쉽니다. 그러느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5시 30분 정도 걸립니다. 왕복 11시간 정도를 차 안에서 보내는데,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떠듭니다.

자동차 뒷좌석에서 11시간 동안 떠드는 소리를 듣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지는 경험한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뭐가 그리 죽이 맞는지 금방 서로 낄낄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내 싸우기도 합니다.

그나마 휴게소에서 자주 쉬는 것이 이 작은 공간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때론 조용히 하라고 화도 내보지만, 아이들의 입은 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렇게 친밀하게 서로 관계를 형성합니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아이들만큼 열성적이지 못합니다.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고 들려주고도 싶지만, 아이들과의 시시콜콜한 대화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합니다.

엄마, 아빠 얼굴을 볼 시간도 없고, 보더라도 부모들이 피곤해서 아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의 말에 영혼 없는 대답으로 반응해 버리기 일쑤입니다. 부모의 이런 반응은 곧바로 아이들의 입을 닫아 버리게 합니다.

그러지 않으려면 사소한 말이라도 아이와 계속 수다를 떠는 것이 좋습니다. 수다를 떤다는 것은 친밀감의 표현이기도 하며, 수다를 떠는 과정에 또 다른 모양의 친밀감이 쌓이기도 합니다. 가벼운 말 한마디 속에 진심이 담겨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타인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공감이라고 한다면, 공감은 결국 타인의 감정에 이입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말이라도 그 안에 공감이 담겨 있다면 아이는 아빠가, 혹은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다 속에 종종 아이의 진심이 묻어나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가 어떤 상태에 직면하고 있는지 알는 것입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다를 떠는 것입니다.

아이의 아주 작고 사소한 말이라도 부모의 경험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아이의 마음에 공감한다면 아이의 굳어 있던 마음이 열릴 것입니다. 자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창을 열어 둬야 합니다. 마음 편하게 자신의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대화의 공간을 만들려면 적은 시간이라도 매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이 필수적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운동을 한다고 단기간에 몸짱이 될 수는 없습니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운동을 해야 근육이 만들어집니다. 자녀와의 대화나 소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이제라도 대화하면서 마음을 나누자”라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함이 없다면 결코 마음을 나누지 못합니다. 자녀와의 대화는 어린 시절부터 계속되어야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대화가 이어져야 합니다.

대화가 끊어지면, 그 순간부터 자녀와의 소통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 당장 대화가 필요합니다.

배태훈 다함께연구소 소장(아동청소년상담심리 허그맘 자문위원)

▶배태훈(다함께연구소장)= 다음세대인 자녀와 부모가 모두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꿈을 꾼다. 다음세대 전문 사역자로 ‘다함께연구소(다음세대와 함께하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자녀교육, 부모교육, 부부교육 등을 연구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심리센터 HugMom 자문위원 및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기동화'(가이드포스트, 공저, 2017)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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