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왕 인터뷰] (4) "기부도 꿈처럼 키워나갈 거예요" - 정진아 원장

10년전부터 유니세프한국위 통해 2억이상 기부
매년 생일마다 제자들과 함께 특별한 기부 실천

전채리 승인 2020.07.03 06:51 의견 0
정진아 후원자는 지난 5월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너스클럽으로 위촉됐다.[그래픽=전채리기자]

'기부왕 인터뷰'는 함께 나누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큰 금액을 선뜻 기부한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나눔, 봉사, 기부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기부도 꿈처럼 키워나갈 거예요" 

지난 5월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너스클럽으로 위촉된 정진아 후원자가 밝힌 포부다. 유니세프 아너스클럽은 전 세계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해 1억원 이상의 고액을 기부한 후원자들의 모임이다. 

인천에서 국어 교습소를 운영하는 정진아 원장은 아너스클럽 기금뿐만 아니라 매년 자신의 생일마다 제자들과 함께 특별한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2010년부터 유니세프한국위원회를 통해 기부를 해온 정진아 원장의 누적 후원금은 2억2279만원이다. 

정진아 원장은 2일 나눔경제뉴스에 "세상이 조금 더 밝아졌으면 좋겠다"며 "어렵게 생각하면 힘들지만 결국 기부도, 꿈도 키워나가는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음은 정진아 원장과의 1문1답이다. 

먼저 어떻게 기부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요? 

 첫 기부는 30대 때 시작했지만 40대, 50대 들어서 꾸준한 기부를 이어왔어요. 20대, 30대 때는 가족을 책임지느라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는데 40대 50대 들어서는 생각이 바뀌게 됐다랄까요? 

제가 2003년에 제일 처음 학원을 시작했을 때는 인테리어도 못하고 굉장히 낡은 곳이었어요. 그러다가 2010년쯤 학원을 옮기면서 인테리어도 하고, 그런 시기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그때 천만원을 기부하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처음 인연을 맺었죠. 

그때 기부를 하면서 기분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요. 그때부터 기부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고 더 많이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다음 기부, 그러니까 그다음 꿈을 이루게 된 게 2016년이에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면서 꿈을 이룬 거죠. 이때는 인천에 있는 학생들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기부를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았어요. 그러면서 몇 년 후에는 교육의 기회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어요. 

교육사업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인생에서 가장 감사한 일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학을 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가사도우미 일을 하시며 제가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거든요.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무리 좋은 능력이 있어도 배움이 없었다면 애들을 가르칠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교육을 통해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아이들이 기회를 갖게 해주고 싶어요. 

매년 생일마다 특별한 기부를 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어떤 기부인가요? 

 제가 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이에요. 입시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지금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그 시절이 정말 소중한 기억이잖아요?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제는 먼 훗날 같이 추억을 공유하며 이 시간, 이 시기를 보람차게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또 저는 아이들 생각이 달라지면 세상이 밝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달라진 아이들이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또 기부를 하고, 그럼 세상이 한 뼘 정도는 바뀌지 않을까요? 

그래서 같이 기부를 하고 있어요. 아이들 생일에는 제가 만원짜리 상품권을 주고, 제 생일에는 아이들과 같이 기부를 하게 됐어요. 매년 아이들은 만원씩 모아서 30만원을, 거기다가 제가 100만원을 보태서 매년 같이해요. 

기부를 하고 나서 영수증을 학원에 게재해놓고 보여주면 아이들도 좋아해요. 이 아이들이 졸업하고 언젠가 30살, 40살이 되었을 때 '참 좋은 사람에게 배웠다'고 저를 기억해 주면 좋겠어요. 

나눔에 대해 어떤 철학이 있으신가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복을 짓는다'는 말이 있어요. 예전에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과 요가 수업을 들었을 때 듣게 된 말이에요. 

'복을 짓는다'는 말은 행운을 기다리지 않고 내가 만든다는 뜻이에요. 

요즘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저는 선한 행동 하나하나가 내가 나아갈 꽃 길에 한 송이 한 송이 꽃을 심는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 제가 하루 더 일해서 기부금에 보태는 게 저의 꽃길을 만드는 거랄까? 그래서 그런지 기부는 할 때 이미 기쁘기 때문에 항상 선물을 받는 기분이에요.

앞으로 또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에게 기부는 꿈을 꾸는 일이라 몇 년 뒤에 뭘 하면 좋을지 꿈을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이벤트를 좋아해서 이번에는 제 자신을 위한 이벤트를 하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헌혈을 37번 했는데 2~3년 안에 50번을 채워서 적십자에 헌혈증과 1억원을 기부하는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어요. 

유니세프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기부할 때 제일 중요한 건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믿을 수 있는, 지금 이 신뢰감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후원자들에게는 '내가 기부한 돈이 잘 쓰이고 있다'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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