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8년만에 ‘0.75% 자이언트스텝’···"한은도 ‘빅 스텝’"

제롬 파월 연준 의장,"물가상승률 너무 높았다"
국내 소비자물가 5.4% 급등···13년9개월만에 최고

정영선 승인 2022.06.16 23:24 의견 0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6월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파월 의장은 7월에도 같은 폭의 금리를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며 '물가 잡기' 총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나눔경제뉴스=정영선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 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 역시 금리를 인상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건 1994년 이후 28년여 만이다. 이에 따라 종전 0.75∼1.00%였던 기준금리는 1.5∼1.75%로 뛰었다. 한국 기준금리 (1.75%)와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진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다"며 "계속되는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관점으로 볼 때 7월 회의에서 50bp(0.5%p) 또는 75bp(0.75%p)의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혀 '자이언트 스텝'을 이 어갈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당장 다음 달 미국이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인상)만 단행해도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0.25~0.5% 포인트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계속되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해외로 투자금이 유출되고 달러당 원화값은 한층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를 더 비싸게 주고 사와야 하기 때문에 국내 물가는 더 오른다.

미국발 자이언트 스텝이 ‘한미 금리 역전→자본 유출→원화값 하락→수입 물가 상승→국내 물가 악화’라는 경제 악순환을 재촉할 수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는 5.4% 급등해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3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한국은행/그래픽=연합뉴스]


▶고민 깊어지는 한국은행···빅스텝 가능성 높아

이제 관건은 한국 금리가 얼마만큼 빠르게 오를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고물가와 한미금리 역전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남은 네 번(7월·8월·10월·11월)의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3~4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은이 네 번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도 연말 금리 수준은 2.75%로 미국의 연말 예상 금리(3.4%)보다 크게 낮기 때문에 한은도 한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고 나머지 세 차례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린다고 가정하면 연말 금리는 3%로 미국과 금리 격차가 좁혀지게 된다.

다만 급격한 가계 빚 부담 등을 이유로 한은이 연달아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빅스텝 가능성 관련 질문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4%로 예상되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외환·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 지표 급등세 지속에 따라 이달에 추가적인 긴급 통화정책방향 결정을 위한 임시 금통위를 열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탈)으로 미뤄 한미 기준금리 역전만으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나타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자본 유출입은 대외 금리차의 영향도 받지만, 무엇보다 대외 건전성이나 펀더멘탈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소비 회복세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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