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생보사들 즉시연금 줄 패소··· 적극적인 실천 필요한 ESG경영"

보험사들 충당금 적립···ESG 리스크 전전긍긍

정희진 승인 2021.02.17 05:27 의견 0
보험업계의 ESG 경영이 구호가 아닌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왼쪽부터)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사진=각사 제공]


[나눔경제뉴스=정희진기자] 4년을 끌어온 즉시연금 미지급금 1차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한 생보사들이 부랴부랴 충당금을 적립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구호가 아닌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 최대 1조원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목돈을 맡기면 곧바로 연금 형식으로 보험금이 매달 지급되는 상품이다. 즉시연금 분쟁은 지난 2017년 만기형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덜 받은 연금액을 달라고 보험사에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보험사는 만기형 가입자의 만기 환급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금월액 일부를 공제했다. 가입자들은 이러한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고 설명도 없었다며 감독당국에 민원을 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생보사들에게 보험금을 더 지급하라고 권고했으나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등 생보사들은 이를 거부해 소송전이 시작됐다.

금감원이 지난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 8000억∼1조원이다.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이 5만 5000명(4300억원)으로 가장 많다.

▶ 생보업계 줄이은 1차 소송 패소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KB생명은 지난해 즉시연금 분쟁에서 패소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적립한 사실을 최근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금융소비자연맹이 주도한 가입자 공동소송 1심에서 가입자들이 미래에셋생명을 상대로 승소했고, 지난달에는 동양생명에 대해서도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양사는 1심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미지급금 규모에 해당하는 충당금도 적립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보험업계의 충당금 적립 움직임이 가입자의 최종 승소 전망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삼성생명과 세번째인 교보생명은 하급심에서 엇살린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충당금을 아직 적립하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유사소송에서 보험사가 승소하기도 패소하기도 하는 엇갈리는 상황이라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하급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즉시연금 결론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측은 즉시연금 관련 소송은 총 4건으로 그 중 2건이 올 1분기 중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9년 4월부터 약 2년여에 가까운 기간 동안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ESG 경영, '구호'가 아닌 실천 필요

보험사들이 ESG 경영에 속도를 낸다고 하지만 이를 업무 전반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등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 보험사들의 ESG경영은 관련 사안을 ‘선언’하고 기존 활동을 이어가는 수준에 머물러왔다는 지적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오는 23일 ‘공동 ESG 경영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선포식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정희수 생보협회장, 정지원 손보협회장을 비롯해 보험업계 대표들이 모두 참석한다.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ESG에 대한 뜻을 모으고 공동행동에 나선 것은 금융권을 통틀어 보험업권이 처음이다.

전 금융권에 부는 ESG 바람으로 인해 보험사들도 ESG경영의 필요성을 인식,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소비자보호, 친환경, 건전한 노사관계를 통해 ESG경영을 ‘선언’하거나 기존 봉사·자매결연 등의 사회공헌활동 및 디지털화 움직임을 ESG와 연계하는 수준이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1월 기준으로, 국내 10개 보험사 가운데 ESG등급 'A' 이상을 받은 곳은 3곳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 다른 금융권에 비해 ESG경영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면서 "ESG경영을 통해 보험업의 사회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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