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신용대출 규제에 뿔난 2030

전채리 승인 2020.09.18 17:09 의견 0
신용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래픽=전채리기자]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 30대 A씨는 천정부지 치솟는 집값에 평생 무주택자로 살 것만 같아 뒤늦게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입했다. 일단 사놓고 내년에 입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A씨는 원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내년에 신용대출을 알아볼 생각이였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최근 대출이 급증하자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거나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부랴부랴 대출 막차를 타기위해 은행을 찾았다. 그는 오락가락 예측이 안되는 땜질식 정부의 금융정책에 "화가 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A씨처럼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2030이 늘고 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기), '빚투(빚내서 투자)' 등을 위한 대출이 늘어나자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과 신용대출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막차 타는 2030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2조588억원 증가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 카카오뱅크 임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한 14일을 기점으로 16일까지 늘어난 잔액은 1조1260억원에 달한다. 사상 최대 증가세를 나타낸 지난달보다 빠른 속도다. 

이처럼 신용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A씨처럼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내년 입주를 위헤 A씨가 필요한 자금은 1억원이다. 올해 초 A씨는 경기도에서 3억원 전세를 끼고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했다. 그는 갭투자가 아닌 실수요자라고 말한다. 

 A씨는 "계약금과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잔금을 치뤘고 내년 입주 때 지금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3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면서 "이제 신용대출이 힘들거라고 해서 오늘 대출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1%대 신용대출 사라지나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줄이거나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대금리는 이자 할인이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각 은행 신용대출 대표상품 기준) 수준이다. 

우대금리는 급여 이체 여부, 계열 카드 이용 실적, 금융상품 가입 유무 등에 따라 부여된다.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낮게는 0.6%부터 높게는 1%에 이른다. 

우대폭을 줄이고 대출 금리 수준을 높이면 1%대 신용대출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을 포함한 특수직 등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도 낮출 전망이다. 연 소득의 200%까지 가능한 고신용, 고소득 전문직의 신용 대출 한도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 우려

 일각에서는 금리나 한도만으로는 대출수요를 조절할 수 없을 거라는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신용대출은 신용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거래이기 때문에 대출규제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2금융권으로 신용대출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시중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던 사람들이 비교적 대출을 받기가 쉬운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으로 몰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우리 부부처럼 애매하게 버는 구간에 있는 사람들이야 말로 특별공급 같은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하고 세금은 꼬박꼬박 다 떼이는 사람들"이라며 "맞벌이로 우리처럼 소득도 안되는 신혼부부가 분양가 6억원정도 되는 집에 대출규제 없이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만 커지는 2030

 은행 대출로 동학개미가 된 30대 초반의 B씨는 "사실 부동산 열풍의 시작은 부자들이 강남아파트를 사면서 시작됐고, 정부도 처음에는 그들을 잡기 위해 20차례가 넘는 부동산규제정책을 내놓았는데, 정작 부자는 못잡고 돈 없어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이나 2030 젊은층들의 발목을 잡아왔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어 B씨는 "심지어 수차례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이전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겠다고 마음을 바꾼 탓에 발을 동동 굴리며 이사갈 집을 찾았다"고 말했다. 

B씨는 거주 중인 서울 성동구 아파트 전세값이 2년 새 1억원이나 올랐지만 나오기가 무섭게 빛의 속도로 계약이 된다고 표현했다. 여기에다 B씨는 전세자금대출을 꺼리는 집주인때문에 부모님께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리고 급한데로 보험약관대출을 받아 돈을 마련했다. 

 B씨는 "집을 살 돈도 없지만 전셋값도 너무 올라 영끌을 해야하는건 마찬가지"라며 "끝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에 내집 마련은 포기한지 오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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