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미술관, '지각의 통로'(Passages of perception) 개최

김승영, 박선기, 이창원, 임선이 작가 참여··· 7월 28일까지 전시

최유나 승인 2024.04.30 06:39 의견 0
모란미술관은 5월을 맞아 5월 2일부터 7월 28일까지 2024년 첫 번째 전시 '지각의 통로'(Passages of perception)를 개최한다.[포스터=모란미술관]


[나눔경제뉴스=최유나 기자] 모란미술관은 5월을 맞아 2024년 첫 번째 전시 '지각의 통로'(Passages of perception)를 개최한다

지각의 통로는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지각의 문제로부터 출발해 조각의 고유한 속성인 물질로 구현된 형태를 바라보는 방법의 가능성을 제시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5월 2일부터 7월 28일까지 모란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이 전시의 핵심 개념이자 주제인 ‘지각’은 인간이나 동물이 눈, 귀, 코, 피부, 혀 등의 감각기관을 동원하여 외부세계로부터 수신한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지각은 보고, 듣고, 만지는 행위를 통해 대상을 느끼고 이해하는 신체 반응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그리고 개인의 경험과 문화적 배경, 신체적 특성 및 감각의 상태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 따라서 지각은 몸에 내재된 의식과 감각, 배겨진 경험들을 통해 대상을 ‘막연히 보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통찰하는 행위’이다.

‘지각의 통로’ 전시는 회화와 달리 조각의 경우, 고유한 속성인 물질로 구현된 형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즉 시각예술에서 작가의 창작과 관람자의 수용과정 중 시지각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지만 ‘보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에 참가한 김승영, 박선기, 이창원, 임선이 작가는 ‘아는 만큼 보인다’, 또는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라는 전통적인 보는 방법을 위반하고 전복, 해체하는 작업에 주력해 왔다.

김승영은 일상의 경험이나 관찰을 통해, 혹은 자연을 관조하면서 얻은 삶에 대한 성찰을 재료와 매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해왔다.

그는 주로 삶과 죽음, 관계, 기억, 흔적, 소통 등과 관련된 감정을 주제로 다루는데, 일상에서 발견되는 자연재료와 인공재료를 함께 사용하고, 빛, 색, 향, 소리로 공간을 채우는 방식을 통해 몸의 감각 확장을 이끌어 익숙한 듯 낯선 새로운 지각경험을 선사하며 공감을 자아낸다.

그의 작업은 가시세계 너머에 있는 진실된 삶의 모습이나 내면 세계를 맞닥뜨리게 하는 통로가 된다.

박선기는 조각과 설치 작업을 위주로 시지각에 대한 문제를 다루어 왔다.

그가 다루는 시지각의 문제는 작은 개체들이 배열된 집합을 하나의 완전한 덩어리로 지각하는 ‘게슈탈트(Gestalt)’를 바탕으로 우리의 눈이 인지적인 능력과 함께 ‘관념’으로 대상을 본다는 것이다.

시점 이동에 따라 형태가 다르게 지각되는 그의 작업은 ‘공간 속의 공간’을 경험하게 하고, 감정이나 논리가 아니라 신체로 경험하는 순수지각의 세계로 진입하게 하는 문지방이다.

이창원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보는 것’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그는 빛과 그림자의 강한 대비만큼이나 대조적인 리얼리티와 이미지의 간극을 드러내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그의 작품에 걸어진 지각의 덫을 통해서 본다는 것의 의미를 재고해보게 된다.

임선이는 주체의 시선 너머에 시대의 눈이 개입하고 있다는 전제를 두고 자연을 인식하는 방법을 탐구하며 인간의 시지각 문제를 다룬다.

레이어로 층층이 쌓인 인왕산, 남산의 풍경은 자연을 데이터화하여 다루는 현대사회의 관점을 작가를 관통해서 체화된 시선으로 보여준다.

각각 네거티브와 포지티브로 제시된 산의 레이어 색상은 신경질적인 현대인의 시선은 붉은 색으로, 무감각해진 현대인의 감정은 푸른색으로 각각 반영된 것이다.

전시감독을 맡은 최태만(국민대학교 교수, 미술평론가)은 전시 서문을 통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아는 만큼만 본다’는 것으로 축소될 수 있으며 ‘보는 것이 믿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은 그 믿음을 밑바닥에서부터 해체하는 지적 작업’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전시를 본다는 것은 작품이 걸어놓은 매력적인 마술의 덫에 사로잡히기 위해 지각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행위이자 그곳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로를 걸어 나오는 행위이기도 하며, 그 통로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다고 한다.

모란미술관 이연수 관장은 조각의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장르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각이 만들어낸 작품감상을 제안하며,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이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작가들이 세워놓은 ‘지각의 통로’로 입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김승영, 박선기, 이창원, 임선이를 포함 4명의 작가의 조각, 설치작품, 드로잉 등 30여 점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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