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CJ제일제당이 주목한 ‘마이크로바이옴’

차세대 신약 기술 개발 주력…향후 식품?건강사업과 시너지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역량 접목
성장가능성 높은?‘레드바이오’로 사업 영역 확장 가속화

최유나 승인 2021.07.22 10:14 의견 0
인체에는 약 38조 개의 미생물이 구강, 비강, 피부, 장, 생식기 등에 터를 잡고 인간과 공생하고 있다. 이를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사진=천랩]


[나눔경제뉴스=최유나기자] "CJ제일제당은 왜 마이크로바이옴에 꽂혔나?"

CJ제일제당은 21일 오후 천랩을 인수하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차세대 신약 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수십 조 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일컫는다.

인수 금액은 약 983억원으로, 천랩의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천랩도 같은 날 이사회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의결, 공시했다.

이같은 소식에 천랩은 22일 오전 9시 30분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6만42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천랩의 치료제 파이프라인[그래픽=천랩]

▶오바마, 빌 게이츠가 주목한 마이크로바이옴 헬스케어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인체에는 약 38조 개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 작은 미생물들은 구강, 비강, 피부, 장, 생식기 등에 터를 잡고 인간과 공생하고 있다. 이를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인류는 이 작은 미생물들이 인간의 몸 가운데 ‘장(腸)’ 속에 약 95%가 집중적으로 모여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일부 유전병을 제외한 인류의 질병에 있어 마이크로바이옴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 하버드 의대와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팀이 14가지 만성 질환의 원인에 대해 연구한 결과, 유전적 요인이 강한 제1형 당뇨를 제외한 13개 질병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영향이 유전적인 원인보다 더 크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약 1만6000편 이상의 논문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가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2020년 현재까지 인류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은 치매, 파킨슨, 자폐 스펙트럼, 우울증 등의 '뇌 질환'과 비알콜성 지방간염, 간경화 등의 '간 질환',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증, 고혈압 등의 '심혈관 질환', 제2당뇨, 비만 등의 '대사질환', 과민성 대장 증후군,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대장암 등의 '장 질환',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 갑상선 기능 항진증,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질환'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천랩, 미생물 데이터 분석능력 탁월

천랩은 2009년 설립됐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에 특화된 전문기업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류 기술 및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 병원 및 연구기관과 다수의 코호트 연구(Cohort, 비교대조군 방식 질병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보유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실물균주는 5,600여 개로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신약 관련 미생물 데이터 분석능력 및 기초연구 단계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미생물 관련 기술이 한 차원 더 진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CJ제일제당 바이오 부문은 고수익 제품 매출 확대로 이익 가시성이 높다[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레드바이오로 사업영역 확대

천랩 인수로 CJ제일제당은 그린-화이트바이오에 이어 레드바이오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는 최고 수준의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아울러 유용한 마이크로바이옴은 향후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로 확장 적용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를 원활하게 하고, 콜레스테롤·혈당 수치 조절과 뇌신경 전달물질 생성에 도움을 준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건강사업을 독립조직(CIC)으로 구성하면서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 만큼, 레드바이오와 건강사업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외부 투자와 협업을 지속해 왔다. 2019년에는 마이크로바이옴 벤처기업 고바이오랩에 투자했다. 올해 상반기에 천랩 및 아주대의료원, 마이크로바이오틱스와 공동연구개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기술로 여겨지고 있어 천랩 인수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투자”라며,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인 그린바이오와 고부가가치 화이트바이오에 이어, 레드바이오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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