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성심병원 임홍의 교수," 의식 없는 심실빈맥 임신부와 태아 살렸다"

공황장애로 오인, 치료 시기 놓쳐 생명을 잃을 뻔

최유나 승인 2021.03.04 11:33 의견 0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부정맥센터 임홍의 교수(오른쪽 첫번째)가 마취와 X-레이 투시 영상 없이 임신부의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 을 하고 있다. 임홍의 교수는 국내 유일 ‘심장 내 초음파(ICE) 프록터’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사진=한림대성심병원 제공]

[나눔경제뉴스=최유나기자]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부정맥센터 임홍의 교수는 지난 2월 19일 심실빈맥 임신 25주 임부를 국내 최초로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 기법을 통해 성공적으로 치료하여 소중한 두 생명을 살렸다.

환자 김민혜(31세, 대구광역시) 씨는 생명이 위중한 임신 중기 약제 불응성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심실빈맥 환자로 뱃속에 아기가 자라고 있었다. 임홍의 교수는 태아의 건강을 위해 약제뿐만 아니라 마취 없이 심장 내 초음파만으로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을 응급으로 시행했다.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공황장애로 오인, 치료 시기 놓쳐 생명을 잃을 뻔

그녀는 7년 전 심계항진을 동반한 심한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고, 심장내과에서 24시간 심전도검사 등 부정맥과 관련된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심장에는 이상이 없다고 들었다.

의사는 가슴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증이 정신적인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했다. 그녀는 그때부터 최근까지 7년간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20대를 보낸 그녀는 지난해 결혼을 했고, 산전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 없이 건강하게 임신을 했다. 그런데 임신 20주가 넘어서면서부터 일상생활이 힘들 만큼 어지럼증이 심해졌고 급기야 갑자기 실신하는 일이 늘어 그냥 앉아있는 건 고사하고 침대에 누워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남편은 뱃속 아기가 자라면서 엄마로부터 영양분을 많이 가지고 가 어지럼증이 훨씬 더 심해졌을 거라고만 짐작했다.

하지만 남편은 최근 아내가 자면서도 머리가 울리고 온몸이 떨리면서 의식이 희미해지는 증상이 잦아져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아내가 걱정돼 친구인 의사에게 상담했고, 맥박을 짚어본 의사는 부정맥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심장내과 진료를 권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부부는 의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의사는 “환자는 당장 심장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장이 심하게 빨리 뛰는 심실빈맥이고, 급사할 수 있다. 당장 시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태아보다는 엄마의 생명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부부는 큰 고민에 빠졌다. 그때부터 남편은 아기를 지우지 않고 아내의 부정맥을 치료해줄 의사를 찾기 위해 ‘임신부 부정맥 시술’ 검색에 집중했다. 인터넷 기사를 통해 임홍의 교수가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을 500례 시행했고,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임신부와 아기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부정맥 시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건강하게 퇴원하는 환자 부부와 의료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임홍의 교수, 임신 25주 부정맥 환자 김민혜 씨, 남편 김민석 씨, 박민혜 담당간호사[사진=한림대성심병원 제공]


▶급사 위험성 높은 심실빈맥

심실빈맥은 심실에서 발생되는 매우 빠른 악성 부정맥이다. 심장 내에 피가 들어왔다가 피를 온몸으로 보내주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심장 박동수를 유지해야 하는데, 심장이 매우 빨리 뛰게 되면 계속 수축만 하고 이완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심장 내에 피가 모이지 않게 되고 온몸으로 적절량의 피를 보낼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심실빈맥이 멈추지 않고 계속 지속되면 혈압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심장 기능이 상실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처음 외래로 내원한 그녀는 기계식 혈압계로는 혈압이 거의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저혈압상태였다. 응급 시술이 시급했다. 부부는 임홍의 교수에게 아기를 지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임 교수는 아기와 엄마 모두 안전하게 최선을 다해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을 성공했다.

시술 다음 날 그녀는 혈압이 정상범위까지 올라왔고, 어지럼증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특히 부부에게 가장 걱정이 많았던 뱃속의 아기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을 확인했다.

남편 김민석 씨는 “불안감과 공포가 많았는데, 임홍의 교수님은 아내의 부정맥 상태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고, 방사선 피폭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아기에게 해로울 수 있는 약물투여나 마취도 없이 안전하게 해주었다"면서 "소중한 두 생명을 살려주신 교수님께 감사하다”며 말했다.

환자 김민혜 씨는 “그동안 공황장애로만 알았던 증상이 부정맥 때문이었다니 기가 막혔다"면서 "우리 부부는 지금 뱃속의 아기(태명 토순)가 아들이라 둘째는 딸을 낳고 싶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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