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육상 100m 간판 김국영 "운동에만 전념하면 9초대 돌파할 거 같아요"

비인기종목 설움..후원기업 없이 사비로 훈련 비용 충당

전채리 승인 2020.09.29 20:22 의견 0
김국영은 2017년 코리아오픈 국제육상경기 100m 결선에서 10초07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9초대 기록으로 비인기 스포츠의 장벽을 허물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불리는 한국 남자 육상 단거리 간판선수 김국영의 포부다. 김국영은 2017년 코리아오픈 국제육상경기 100m 결선에서 10초07의 기록을 세우며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 남자 100m 최초로 10초대에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다섯 번이나 한국 신기록을 다시 썼지만 김국영은 후원기업 없이 사비로 훈련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지난 16일 군 전역하자마자 훈련에 돌입한 김국영의 목표는 9초대 진입이다. 김 선수는 9초대 기록을 세워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털어내고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뛸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29일 김국영 선수는 나눔경제뉴스에 "나를 위해, 후배들을 위해, 우리나라 육상을 위해 연골이 닳을 때까지 뛰겠다"며 씩씩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김국영은 지난 16일 전역 후 광주광역시청에 합류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다음은 김국영 선수와의 1문 1답이다. 

▶코로나19로 힘들거 같은데, 근황은? 

전역 후 광주광역시청에 합류해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된 시합을 준비하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13일 김천에서 열리는 실업 대항대회와 19일 예천 전국대학·일반 육상경기대회를 준비 중입니다. 두 경기 모두 9월 경기였는데 한 달씩 연기됐어요. 

원래 우리나라에서 육상 시즌은 4월에 시작돼서 전국체전이 끝나는 10월에 마무리가 되거든요. 지금 사실 시즌이 끝났어야 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다 미뤄졌죠. 올해는 전국체전까지 취소됐고요. 

▶무엇보다 도쿄 올림픽 연기는 충격이었을 것 같아요 

 제일 처음 연기 소식을 들었을 때는 무엇보다 걱정이 많이 됐어요. 내년에는 무사히 열릴 수 있을까 싶었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잘 아시겠지만 수많은 선수들이 올림픽만 바라보고 피와 땀을 흘리고 있거든요. 과연 내년에는 내가 쏟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 돌아올까 하는 조바심이 듭니다.

 또 실력 발휘도 못해보고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내년에는 올림픽이 꼭 열린다고 생각하면서 훈련에 집중하고 있어요. 

▶최근 기록은 어떤지. 

가장 최근 기록은 7월에 뛴 KBS배 전국육상대회에서 나온 10초29에요. 

▶ 최고 기록(10초07)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일단은 올해 경기 참가를 못했어요. 원래대로라면 4월을 시작으로 6~7월에는 기록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7월 경기가 첫 경기라 저도 좀 아쉬웠어요.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9개월 만에 나간 대회라서 애를 먹었죠. 

그래서 8월, 9월에는 저도 욕심이 있었는데 또 경기가 밀려서 마음고생을 좀 했죠. 경기를 준비하다가 취소가 되거나 연기가 되면 흐름이 다 깨져서 힘들거든요. 쉽게 말하자면 경기가 연기되고 나면 다시 몸을 리셋 시켜 주기를 맞춰야 된달까요? 경기가 미뤄지면 몸 상태를 바로 다시 설정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끊이지 않는 연기나 경기 취소를 어떻게 극복하나요 

경기가 연기되고 취소됐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부정적으로 되는 것 같아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괜찮다, 10월에 하면 된다, 한 달이 더 생겼다. 뭐 이런 생각? 

김국영의 목표는 꿈의 '9초대' 진입이다. 


▶육상이 비인기 종목이라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을것 같은데. 

 정말 지원이 절실해요. 육상은 전담 트레이너조차 없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해외 선수들을 보면 이웃 일본, 중국만 하더라도 기업 후원을 받아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육상은 정반대에요. 지원 자체가 거의 없죠. 훈련 비용을 제 사비로 충당하기는 사실상 힘들고요.

소속팀에서 나오는 지원은 크지 않아요. 기본적인 숙식, 훈련 비용, 경기 출전 비용 정도죠. 감독님과 지도코치님이 15~16명을 모두 관리해 주시고 있고요. 

▶어릴 때 육상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육상에 뛰어들었어요. 달리기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거든요. 학교에 육상부가 있었지만 학교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건 대회 출전비 정도였어요. 부모님이 모두 힘들게 지원해 주셨어요. 

한 번은 너무 해외 시합에 나가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인데 출전 대상이 아니었거든요. 너무 나가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그때 캐나다 밴쿠버에 일주일을 다녀왔는데 300만원 정도 들었어요. 다 부모님 지갑을 털은거죠. 그때 비인기 종목의 현실을 알았어요. 

▶지금 훈련을 위해 가장 절실한 지원은 무엇인가요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지원은 전담 트레이너에요. 예전에 소속팀(광주시청) 감독님께서 사비로 직접 트레이너를 고용해 지원해 주신 적이 있어요. 그때가 제가 최고 기록을 냈을 때예요. 

전문적인 관리를 받은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정말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더라고요. 트랙 훈련 이외에도 웨이트 등 육상 선수에게 필요한 운동을 전문적으로 병행할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부상 방지나 치료도 도와주시고 식단도 관리해 주셨어요. 몸 상태에 따라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잡아주시더라고요.

정말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던 시기였어요. 감독님께서 사비로 세 달 정도 지원을 해 주셨어요. 감사했어요. 그나마 저는 국가대표 13년 등 육상 간판선수로 뛰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다른 육상 선수들은 더 열악한 상황이죠. 

사실 저는 인기 종목이나 프로 종목 선수들이 어떤 지원을 어떻게 받는지를 잘 몰라서 또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포부나 계획이 있다면

 지금 저는 마지막 스퍼트를 내고 있어요. 앞으로 3,4년이 9초대를 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3,4년 뒤에 육상을 관두겠다는 말은 아니에요. 

9초대 기록을 세운 후에는 기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더 즐겁게 뛰고 싶어요. 

▶한국 육상의 꿈인 '9초 대' 진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개인적으로는 9초대는 평생 상상해온 기록이에요. 여기에다 육상 자체가 워낙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한국에서 9초 대가 나오면 관심을 불러모으고, 운동환경도 더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후배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겠죠. 

일본이나 중국만 봐도 육상은 축구나 야구 못지않은 인기 스포츠가 됐거든요. 그 이유는 중국이나 일본도 최근 몇 년 사이에 9초대 선수들이 나왔거든요. 

 꼭 9초대 기록을 세워서 장벽을 허물고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나와 후배들을,그리고 한국 육상을 위해서도 연골이 닳을 때까지 뛰겠습니다. 

▶나눔경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해주세요 

 10년 전쯤인, 제가 20대 초반 때만 해도 육상은 인기가 없었어요. 

 그나마 지금은 인스타그램 같은 SNS 채널이 많이 활성화됐고 또 러닝을 즐기는 분들도 많아서 예전 같지는 않다는 분위기를 느껴요. 

 한국 육상을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에요.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앞으로도 육상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육상뿐만 아니라 다른 비인기 종목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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