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끝내 대마는 잡히지 않았다

조원태 회장 백기사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지분 매수

차석록 승인 2022.08.30 07:42 의견 0

백기사를 동원해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나눔경제뉴스=차석록 기자] "대마는 잡히지 않았다."

지난 26일 시간외에서 한진칼 보통주 1075만주가 종가보다 높은 6만2500원에 블럭딜이 이루어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매도·매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향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주요 주주 가운데 1000만주 이상의 대량 주식보유자는 호반건설(16.58%), 3자연합을 구성해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반도건설(17.02%), 그리고 백기사인 산업은행(10.58%)과 미국의 델타항공(13.21%)뿐이다.

그런데, 홍보팀 등 부산하게 움직였던 관련부서와 달리 조원태 회장, 우기홍 사장 등 대한항공 최고 경영진들은 별다른 움직임없이 미소만 짓고 있었다. 이미 블럭딜을 통해 경영권 안정 지분 확보 논의가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매도자는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권홍사 회장의 반도그룹이다. 대호개발 등 계열사가 나누어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LX판토스, 그리고 사모펀드 등 백기사들이 나누어 매수했다.

LX판토스 360만1349주, 사모펀드 등 여러 기관들이 603만7156주를 나누어 매수했다.

시장에서 긴박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지분 구조를 보면 나온다. 실질적으로 1000만주이상을 매도할 수 있는 기타법인은 반도건설과 호반건설이다. 산업은행과 델타항공이 당장 한진칼 주식을 내다 팔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호반이 반도 지분을 인수하면 보유지분은 16.58%에서 33%대로 늘어나면서 조원태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20.34%)을 따돌리고 최대주주가 된다.

조회장은 우호지분인 산업은행 10.58%, 미국 델타항공 13.21%를 합치면 44%로 경영권을 지킬 수는 있다.

2022년 6월30일기준 한진칼 지분 구조. 대호개발은 반도그룹 계열사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만일, 호반이 산업은행이나 델타항공 지분을 추가로 인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럴경우, 호반그룹은 44% 이상이 되는, 반면 조원태 회장은 34%로 감소한다. 경영권이 바뀌게 된다. 한진칼이 다시 격랑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반대로 호반이 지분을 반도건설에 매각했다고 가정해도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상황이 달라지는건 없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미 장내에서 보유지분을 모두 매도했다.

블럭딜 당시, 한진칼 주식 매도 창구는 하나금융투자, 매수는 대신, 유진, 신한, 삼성증권 창구를 통해 이루어졌다.

대신증권 창구로 거의 700만주, 유진투자증권이 270만주, 나머지 50만주는 투신사들이 받아갔다.

이미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대신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한진그룹에 우호적인 증권사로 분류되어 있어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들이 나선 것으로 보고 있었다.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내다판 이유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종료된데다, 최근 건설업계의 불황이 시작되면서 안정적인 자금 확보 필요성이 제기됐고, 44년생으로 80의 고령인 권홍사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조원태 회장에게 지분 매도 의사를 밝혔고, 조회장은 백기사를 동원해 반도 지분을 모두 매수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부, 조현아 등 3자 연합을 통해 재계 10대그룹 진입과 국적항공사를 품에 안고 싶어했던 권홍사 회장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를 기다리던 호반그룹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때를 보며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렸으나 감 주인이 모두 가져가 버린 셈이 되어 버렸다.

시장에서는 평소 건설업계에서 형님, 동생으로 지냈던 권홍사 회장과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왜 손을 잡지않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두사람이 손을 잡았다면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권홍사 회장이 조원태 회장 공격 당시 김상열 회장을 끌어들이면서 섭섭한 감정이 생겼고, 그 때문에 자존심이 강한 두 사람이 손을 내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이 부족했던 조원태 회장에게 너무 많은 준비 시간을 주었다"면서 "역시 대한항공이라는 거대 조직의 힘은 셌고, 이변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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