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상장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나눔경제뉴스=정희진기자] 다음달로 임박한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상장사들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놓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 기업으로 분류되면 주주권 발동 등 실질적 압박을 가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투자책임 원칙) 도입 후 점차 그 강도와 추진 속도를 높여왔다. 이에따라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주총전까지 국민연금의 공시에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다.

배당정책 변화요구나 안건 반대는 물론, 혹시라도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면 표 대결에 대비하거나 승리하더라도 개선책 마련에 비용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11.0%를 비롯해, 한솔케미칼 14.00%, 삼성증권 13.42%, 현대백화점 13.41% 등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의결권 기준)을 보유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작년 말 기준으로 270여 개에 달한다.

지난 2019년 9월 금융위원회의 제도 개편에 따라 과거에는 '경영참여'로 보유목적을 바꿔야 가능했던 것들이 이제는 일반투자 항목 신설로 국민연금의 권리행사 문턱이 낮아졌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2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CJ제일제당, 현대중공업, 삼양식품, 롯데하이마트 등 95개사에 대한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 기업의 ESG 이슈 주목

국민연금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안건은 ESG 이슈다. 국민연금 수탁위(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월 중 회의를 열어 포스코, CJ대한통운, KB금융,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삼성물산 등 7개사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지 여부를 검토해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후보 추천 사유는 이들 기업들이 중대재해 발생, 사모펀드 소비자 피해, 지배구조 문제 등과 관련된 ESG문제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특히, KB금융,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의 금융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사모펀드 소비자피해 금융지주로 분류했다.

삼성물산은 국정농단과 관련, 지배구조 문제기업으로 구분됐다.

이 밖에도 금호석유와 대림산업, 한세실업, 현대백화점, KCC, 하나금융지주 등에 대해 추가 배당을 요구하고 롯데케미칼과 대림산업, 카카오, 현대차 등에 대해선 이사 선임과 관련한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의결구조 프로세스 [그래픽=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수탁위가 결론을 내려도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위의 판단을 다시 한 번 받아야 하고, 기금위는 각 분야 20명으로 구성된 기금위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상당한 진통과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한, 경영참여 목적의 주식을 보유할 경우 소소한 내역이라도 변동이 있을 때마다 공시해야 하는 부담도 발생한다

▶공룡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아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제안에 대해서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올해 처음 개최된 기금운용위회에서 이번 발의가 편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참여연대를 비롯한 특정 단체의 민원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사모펀드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주요 금융지주회사에 공익이사를 선임하고 문제이사 선임을 저지해야 한다고 국민연금에 촉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특정 집단의 민원 창구로 활용하는 것은 주주활동의 프로세스를 무력화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