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저탄소·친환경사업으로 활로를 찾자."

정유업계에 ESG 바람이 불고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정유 사업이 위축된데다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친환경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폐플라스틱 열분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복합수지 사업 △ESG채권 발행 등 다양한 친환경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SK종합화학은 R&D 역량에 기반해 3R(Reduce/Replace/Recycle) 관련 제품과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 [사진=SK종합화학 홈페이지 캡처]

▶SK종합화학, 폐플라스틱 재활용 한미 협력 구축

SK종합화학은 최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열분해유 전문 생산업체인 브라이트마크와 손을 잡았다.

브라이트마크는 폐플라스틱과 같은 폐자원의 선순환 체계 구축을 목표로 폐자원으로부터 재생 연료, 천연 가스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SK종합화학은 브라이트마크와 함께 장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각자 보유한 폐플라스틱 열분해 및 후처리 기술 노하우로 올 상반기까지 국내 열분해 상용화 및 설비 투자를 위한 사업성 확보 방안 검토를 완료할 계획이다.

브라이크마크는 폐플라스틱에서 대용량으로 열분해유를 생산하는데 따른 기술적 제약과 경제성 문제 등을 뛰어 넘어 연간 10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대용량 연속식 열분해 설비를 올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주에 건설 중이다.

SK종합화학은 브라이트마크와 협력해 대규모 열분해 기술을 도입하면 다양한 소재가 혼합돼 재활용이 어려웠던 폐비닐의 재활용 비중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열분해유 생산 공정 도식표 [사진=SK종합화학]


이 밖에도 SK종합화학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의 축척된 정밀화학 기술을 활용해 열분해유로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납사(나프타)를 대체해 플라스틱 재료의 원료로 투입할 수 있는 후처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열분해 업계와의 상생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술은 폐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열분해유로 다시 플라스틱 신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에서 열분해유를 뽑아내 화학제품 시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온실가스 저감과 플라스틱 선순환 경제 구축을 위한 획기적인 기술로 꼽힌다.

또 SK종합화학은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친환경 패키지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SK종합화학은 식품 패키지 용품 전문 기업 크린랲과 업소용 친환경 PE(폴리에틸렌) 랩을 선보인 바 있다. 재활용이 어려워 사용이 금지된 기존 PVC(폴리염화비닐) 랩 제품 특성을 유지하면서 재활용이 가능하고 재활용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소재를 개발했다.

정유업계 중 유일하게 'CES 2021'에 참가한 GS칼텍스가 구현한 미래 주유소 [사진=GS칼텍스]


▶GS칼텍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복합수지 사업

GS칼텍스도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GS칼텍스는 매년 아모레퍼시픽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공병 100t을 친환경 복합수지로 재활용하고 이를 다시 화장품 용기 등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친환경 복합수지를 재활용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용기 적용 비율을 올해 20%에서 2025년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플라스틱은 화장품 공병의 약 63%를 차지한다. 두 회사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해 친환경 원료 적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에 다양한 물성의 재료를 혼합해 품질을 개선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링 방식에 힘을 모을 전망이다.

GS칼텍스 친환경 복합수지 생산 개념도 [사진=GS칼텍스]


GS칼텍스는 2010년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복합수지 사업을 시작하며 자원 효율화와 탄소 저감을 위한 친환경 원료 적용을 확대 추진해 왔다.

복합수지는 화장품 용기나 자동차·가전 부품 등의 원재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능성 플라스틱으로 국내 정유사 중 GS칼텍스만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친환경 복합수지 연간 생산량(2만5천톤)은 초기 생산량 대비 2.5배 늘었다. 전체 복합수지 생산능력은 연산 30만t에 달하고, 이는 준중형 자동차 6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또 지난해 7월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친환경 복합수지 생산량이 전체 복합수지(기능성 플라스틱) 생산량의 10%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소나무 930만그루를 심은 효과로 폐플라스틱 소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6.1만톤 감축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GS칼텍스는 2017년 ESG 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경제, 사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리스크 관리 및 사회적 책임 이행을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 경영을 추구해 왔다.

최근에는 정유업계 중 유일하게 'CES 2021'에 참가해 드론 배송과 친환경을 접목시킨 미래형 주유소를 선보였다. 주유소가 전기·수소차 충전뿐만 아니라 카셰어링, 드론배송 등 다양한 모빌리티와 물류 거점으로 활용되는 미래 모습을 구현하며 주목을 받았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최소화·석유화학 확대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기업.' 에쓰오일이 오는 2030년까지 추구해야 할 비전이다.

에쓰오일은 이를위해 투자 로드맵을 수립했다. 수소·연료전지·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고 2030년까지 석유화학 생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장기 성장전략으로 추진해온 석유화학 사업 분야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지난 2018년 5조원을 투자한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에 이어 새롭게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석유화학 비중을 현재 12%에서 25%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에스오일은 '클린' 경영을 추진하고 친환경과 경영활동의 투명성, 도덕성 등 ESG경영을 강화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에쓰오일은 도심권 수소충전소 확대를 위해 관련 업계가 추진 중인 특수목적법인(SPC)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충남 서산 대산공장 전경


▶현대오일뱅크, ESG채권 발행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 투자

현대오일뱅크는 첫 ESG채권 발행에 나섰다. 지난달 20일 현대오일뱅크는 총 2000억원 규모의 ESG채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이날 수요예측에는 총 1조3200억원 규모의 주문이 몰렸고 현대오일뱅크는 당초 계획했던 4000억원까지 채권 발행 금액을 늘릴 생각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ESG채권으로 모은 자금을 기존 공장의 탈황 설비와 온실가스 저감 시설 구축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는 탄소 중립 그린 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약 70% 수준으로 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678만톤에 달했던 탄소배출량을 2050년 499만톤으로 줄일 계획이다. 목표 저감량인 179만톤은 소나무 1270만그루를 새로 심어야정화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과정에서 신사업에 진출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연구기관, 협력 업체와 공동 연구를 통해 공장 가동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과 메탄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탄산칼슘은 시멘트 등 건설자재와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메탄올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와 플라스틱, 고무, 각종 산업기자재를 만드는 데 쓰인다.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하반기부터 해당 기술을 순차적으로 상용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예상되는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연간 54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상용화 시점인 오는 2030년부터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24년까지 현재 보유 중인 3기의 중유보일러를 LNG보일러로 교체하기로 했다. 외부로부터 공급받는 전력 또한 2050년까지 전량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대체해 연간 총 108만톤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