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째 이어진 전주시 '얼굴없는 천사' 기부

5만원권 1400장 등 7012만8980원··누적 7억3863만3150원
주민들도 10월4일 ‘천사의 날’로 정해 불우이웃 돕기 나서

최유나 승인 2020.12.30 07:05 의견 0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을 집계하고 있다. [사진=전주시 제공]


[나눔경제뉴스=최유나기자]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연말이면 국민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온 전북 전주시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이 21년째 이어졌다.

29일 전주시는 “한 남성이 ‘이날 오전 11시24분께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주민센터 주변 골목길에 A4용지 상자를 놓아두었다"면서 "코로나로 어려운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확인해보니 상자 속에는 5만원권 1400장, 동전이 담긴 빨간 돼지 저금통 1개와 함께 소년소녀가장을 격려하는 글이 적힌 종이가 담겨 있었다. 동전은 500원 138개, 100원 동전 575개, 50원 24개, 10원 128개 등이 있었다. 모두 7012만8980원.

‘얼굴없는 천사’가 지난 2000년부터 21차례에 걸쳐 기부한 액수는 7억3863만3150원에 달한다. 2000년 당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심부름을 왔다면서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노송동주민센터에 두고 가면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을 본받자는 뜻에서 숫자 천사(1004)를 본따서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하고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전주시도 얼굴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확산하도록 노송동주민센터 화단에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얼굴없는 천사의 비’를 2009년 12월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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