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방역이 실종된 휴가지 '제주도'

수영장 마스크 착용 실종..방역지침 안지켜
북새통 김포공항도 방역 한계 드러내

전채리 승인 2020.08.11 18:00 의견 0
휴가철을 맞아 국내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김포공항은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 [사진=전채리기자] 


[나눔경제뉴스=전채리기자] 지난 1일 오전 9시 휴가를 가기 위해 찾은 김포공항은 한마디로 북새통이었다. 이날 더 이른 시간인 오전 8시경 김포공항을 통해 부산으로 간 김지인(가명)씨는 게이트로 들어가는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혹시나 같은 상황에 처할까 싶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짐도 따로 붙이지 않고 곧바로 국내선 출발장으로 향했다. 전날 미리 모바일로 항공권 체크인과 자리배정, 탑승권 발급을 마친 덕분에 카운터를 들리지 않아도 됐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사태에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김포공항은 넘치는 여행객으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여행객들이 국내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 중 제주도는 단연 1순위로 손꼽힌다.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7월 말과 8월 초 극성수기 동안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통계를 가뿐히 추월했다. 

 제주도관광협회 통계에 따르면 금요일인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사흘 동안 제주에 들어온 관광객은 13만95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내국인 관광객은 13만86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00여명 늘어난 수치다.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장 보안검색 대기 줄 [사진=전채리기자] 


▲그 어느때보다 북적이던 김포공항 

 줄은 역시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길게 늘어선 보안검색 대기 줄과 달리 '바이오생체인증 패스' 라인은 한산했다. 거의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다. 

'바이오생체인증 패스' 라인으로 옮겨볼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등록한 자동출입국심사와는 다르다는 설명 외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 포기했다. 대기 줄을 이탈했다가 등록이 되지 않아 다시 뒤로 돌아가느니 그냥 기다리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다른 여행객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바이오생체인증 패스'에 대해 찾아보니 '국내선 출발장 인근 등록대'에서 등록이 가능하다고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었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턱스크 보안요원에 당혹

아무튼 다행히 10분 정도 만에 보안검색대에 도착했다. 

검색대 보안요원은 분명 마스크를 썼지만 쓰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대충 턱에만 걸친 일명 '턱스크' 형태였기 때문이다. '턱스크'는 마스크를 입 위나 턱에만 걸친 모습을 말하는 신조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직원이 '턱스크'를 한 직원에게 "과장님이 마스크 똑바로 쓰래요"라고 소리쳤다. '턱스크'를 한 직원이 귀찮다는 내색을 하자 또 다른 직원이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쓰고 있어"라고 다독였다. 

'마스크 잘 쓰고 거리두기 잘 지키면 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계획한 휴가가 걱정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나만 잘 지킨다고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있는 한 호텔 수영장에서 여행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전채리기자] 


▲ 마스크 없는 수영장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깜짝 놀랐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영장에 입장했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이 직원들 외에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휴가를 보내는 여행객들의 경계심이 풀어지면서 생활속 거리두기가 무색한 모습이었다. 특히 자녀 동반 가족이 주로 이용 하는 패밀리 풀에서는 정말 마스크를 쓴 이용객을 볼 수가 없었다. 

비교적 한산했던 어덜트 풀 [사진=전채리기자] 

성인 전용 수영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어덜트 풀'은 비교적 한산했다. 일행 간의 거리두기도 어느정도 지켜지고 있었고 이동 시 마스크를 착용한 이용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가족과 커플 등이 소규모로 카바나, 선베드 등 개인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다. 간격 또한 떨어져 있었다. 어린이들의 입장이 제한되기 때문인지 차분한 분위기였다. 

다만 호텔로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영장을 시차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시차제로 운영 중인 제주도의 한 호텔 수영장 [사진=호텔 홈페이지 캡쳐] 

운영 원칙대로라면 이용시간이 끝나면 퇴장해야겠지만 별도의 제재는 없었고, 오히려 안내 데스크에 요청 시 이용 시간이 표시된 팔찌를 교체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호텔 나름대로 투숙객들의 해외 방문 이력을 조사하고 입구마다 발열 체크를 진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정작 중요한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물 밖에서는 마스크 착용해야

정부 지침에 따르면 수영장 안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물 밖에서는 마스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국민들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고 아직 공식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탓에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기만 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잠깐의 방심이 나와 가족, 지인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며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여행지, 해변, 캠핑장, 유흥시설 등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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